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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58

소심하고 겁 많은 고양이와 용파리 주말마다 나의 하녀 가족은 남사라는 동네에 간다. 그럴때마다 나는 아무도 없는 빈집에서 우아하게 뒹굴거리곤 했었지. 하지만 어제는 새끼하녀가 나에게 목줄을 채워 분홍색 가방에 집어 넣더니 "엄마, 오늘은 옥순이도 꼭 데려갈래." 그런다. 평소 내가 소심하고 겁이 많은 고양이라 밖에 나가는 걸 지독하게 무서워 한다는 걸 아는 하녀였지만 어제는 그 사실을 잊어버렸는지 새끼 하녀의 말을 고분고분 들어 주는 것이다. 나는 바깥 세상이 너무도 두렵다. 하지만 여기 이 곳... 등나무 아래는 아늑하고 편안하고 뭣보담도 시원하다. 등나무 옆에는 봉숭아라고 불리는 식물이 심어져 있는데 어제는 꽃이 예쁘게 피어 있었다. 색깔이 참 곱기도 하지? 봉숭아꽃이란 걸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니 생후 두 달때 헤어진 첫사랑이 생.. 2011. 7. 3.
뒤집어진 마직 카페트 씨알 굵은 삼치 대가리와 이면수 대가리를 이틀사이 모두 해치우고 잠이든 옥순이. 며칠 전, 소파위에 마직 카페트를 뒤집어서 깔아 놨더니 그날부터 저렇게 잔다. 마직 카페트의 앞면은 이렇게 생겼다. 몇년 전이었을까? 너무 오래되서 언제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때 쇼호스트가 "까실까실한 마직 카페트 한 장으로 여름을 시원하게 나세요.~" 라며 입에 거품을 물던 생각은 또렷하다. 마섬유의 그 까슬까슬함을 기대하며 물건을 받던 날. 살갗을 화끈거리게 만드는 그 꺼칠꺼칠함에 내 기대는 처참히 무너지고 말았었다. 물건에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텔레비젼을 보면서 나혼자 품었던 기대가 살짝 무너진 것 뿐인데, 그 것 때문에 반품하기는 좀 뭣해서 그냥 장농에 넣어뒀었다. 그러던 어느 여름엔가? 저렇게 뒤집어.. 2011. 6. 24.
그레이스 옥- 고양이 재우기 오전 한 때... 아침 먹은 그릇을 치우고 곧 청소를 해야 하는데 발밑에서 툭툭 차이는 고양이 한마리... 털을 깍은 고양이의 따끈한 체온이 그대로 느껴졌다. 깨나 심심했던 모양이다. 고양이는 따라다니면서 놀아달라고 보챘다. 딸아이가 두어달 전부터 고양이털을 만화에 나오는 밀림의 왕자 레오처럼 깍았으면 좋겠다는 주문을 했었다. 그러나 깍고나니 골룸처럼 되었다고 킥킥거렸었는데... 위에 사진은 레오처럼 나왔다. 딸내미한테 보여 줘야지... 고양이는 그렇게 한참을 디카 줄을 가지고 놀다가... 침대에서 꾸벅꾸벅 졸더니 기어이 똬리를 틀고 잠이 들었다. 2011. 6. 7.
고용인 가족의 만행 나는 육식동물인 고양이, 저 빨갛고 탐스런 방울토마토는 분명 초식동물이나 탐낼만한 것인데 나는 어쩌다가 저것만 보면 먹고싶다는 욕망이 생기는지 모르겠다. '깨물고 싶다, 미치도록 깨물고 싶다...' 내부에서 흘러넘치는 욕망을 자제할 수 없던 어느 날 봇물처럼 터져버린 욕망의 보따리! 자제력을 잃어버린 충동적 몸짓! 에 나는 나도 모르게 방울토마토에 입을 대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숨결을 닮은 고혹적인 빨간 그것! 그것을 깨물어 보지도 못하고 성질 더러운 하녀한테 딱 걸리고 말았다. 나의 하녀는... 아침이면 일찌거니 일어나 내 물 그릇에 물도 떠 주고, 사료 그릇에 사료도 채워주고, 화장실이 더러우면 화장실 깨끗하게 치워주는 참 부지런한 하녀다. 내가 생후 2달 때 엄마품을 떠나면서 늙은 하녀 가.. 2011. 6. 4.
방울토마토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어요. 5월 30일 아침 우리집 방울토마토. 아직 새빨갛지는 않지만 예쁘게 익어가고 있다. 좋은 일은 없지만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건 빨갛게 익어가는 방울토마토 때문일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마냥 방울토마토만 쳐다보고 있는데 어디서 스며드는 구리구리한 스멜... 그레이스 옥의 응가 스멜... 이제그만 똥치우러 가야겠다. 2011. 5. 30.
고양이와 바구니 그리고... 애아빠가 퇴근하면서 가지고 들어온 시금치 한보따리. 아침에 김밥을 싸려고 보니 속재료로 넣을 푸른 채소가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애아빠한테 전화를 걸어 퇴근하는 길에 시금치 한단만 사오라고 했더니 아는 사람 텃밭에 들러서 시금치를 뽑아온 것이었다. 마구잡이로 뽑아 비닐봉지에 담은 것이라 바로 흙을 털고 다듬어 놓지 않으면 쉽게 상할 것 같아서 시금치 다듬는 걸 내일로 미룰수가 없었다. 그래서 시작된 한 밤중의 시금치 다듬기... 우리집엔 항상 바구니나 다라를 꺼내 놓으면 제일먼저 달려오는 놈이 하나 있다. 우리집 구박덩어리 옥순양. 요즘은 털이 너무 빠져서 롤테이프로 이불이며 옷가지에 붙은 털을 떼느라 아주그냥 허리가 휜다. 그래서 한 번 야단 칠 거 두 번 야단 치는 경향이 있다. 창고에서 바구니만 .. 2011. 5. 26.
고양이와 방울토마토 2011년 5월 2일 2011년 5월 18일 5월 2일, 첫번째 화분을 엎은 며칠후 다시 고양이는 방울토마토가 있는 창가로 뛰어 올라 화분을 쓰러뜨렸다. 처음엔 이파리 몇개만 다치고 말았는데 두번째는 상처가 깊었다. 그래서 튀김할 때 쓰던 길다란 나무젓가락을 꽂아 방울토마토를 고정시켜 두었는데 고양이가 왜 자꾸 화분옆으로 올라가 방울토마토를 못 살게 구는지 정말 알수가 없었다. 나는 나 나름대로 여기라면 놀이터가 훤히 보여 고양이가 아이들 구경을 실컷 할 수 있겠구나 싶어서 저한테 좋은 자리를 비워준 건데 아무래도 고양이는 생각이 나와는 많이 달랐나보다. 심심하면 내가 가지 말라는 곳으로 뛰어 올라 화분을 밀어버렸다. 남의 떡이 더 커보이는 것, 가지 말라는 데가 더 가고싶은 것은 사람이나 짐승이나 매한.. 2011. 5. 19.
방울토마토의 천적은 누규? 그 동안 하나 둘 꽃을 피우던 방울토마토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그래서 어제는 유기농 비료도 뿌려주고 오랫만에 물도 듬뿍 줬다. 창가에서 햇빛을 듬뿍 받아 독야청청한 나의 자랑스런 방울토마토! 그런데 요즘, 반대쪽 창가에서 낮잠을 자던 고양이의 행동이 부쩍 수상해졌다. 버티칼로 토마토 화분을 가려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번번히 토마토 화분 옆으로 뛰어 올라 토마토를 노려보는 것이다. "너 거기서 뭐 하냐?" "아니, 아무 것도 아니예요. 그냥 보던 일 보셔요. 눼눼..." 컴퓨터에 있는 사진을 정리 하다가 아무래도 낌새가 수상쩍어 하던 일을 멈추고 안방으로 갔는데... 5월 3일 오전 10시 30분 현재! 이 앙큼한 고양이 개새가 일을 치고 말았다! "너 이제 이 거 어떡할거야? 어?" "그게... 그게.. 2011. 5. 3.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고양이와 석화나무) #1 나는 요즘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창틀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봄이 되자 나의 그녀는 겨울동안 굳게 닫아 놓았던 안쪽의 창문을 한쪽으로 포개 놓고 투명한 바깥 창을 통해 놀이터를 바라보곤 한다. 그 곳엔 지난 해 목이 뚝 잘려버린 백합나무에서 종이학 같이 생긴 연두색 이파리들이 햇볕을 받으며 파닥거리고 있었다. 오늘도 나의 그녀는 안쪽 창문을 한쪽으로 포개놓고는 바깥창을 통해 놀이터를 바라보고 있다. 나는 얼른 창틀로 뛰어 올라가 창밖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을 올려다 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서 백합나무 여린잎들이 파닥거린다. 한참을 그렇게 멍하니 생기 잃은 눈으로 백합나무만 바라보던 그녀, 그녀가 다시 숨을 들이쉬고 집안 일에 몰두하기 시작한다. 나의 그녀가 집안일에 빠져 있는 동안 나는 창틀.. 2011. 4. 27.
고양이와 보리싹 보리씨 촉을 틔워 심으려고 반찬통에 젖은 솜을 깔고 보리씨를 올리고 놔뒀더니 글쎄 하룻밤 사이 촉을 틔우고 하루 반나절 만에 뿌리가 나와버렸다. 그래서 부랴부랴 화분에 뿌리가 나온 보리싹을 올리고 흙을 덮었다. 만 하루 경과후의 사진... 그리고 이틀후... 보리싹이 제법 올라와서 이정도면 고양이가 먹어도 되겠지 싶어 고양이가 자주 올라가 바깥 구경을 하는 창틀 위에다 올려뒀다. 그런데 어째 반응이 시큰둥하다. 아직 덜 자라서 그런가? 조금만 더 크면 먹으려나? 보리싹이 더 큰 후에도 반응이 시큰둥하면 된장찌개에나 넣어 먹어야겠다. 2011. 4. 14.
식탁 다리랑 사랑에 빠진 그레이스 옥 봄이라 그런지 사료도 잘 안 먹고 활력도 없는 것 같아서 걱정을 했더니 저 멀리 대구에 사시는 302호 여사님께서 캣잎을 사주라고 조언을 해주셨다. 그래서 오랜만에 옥순이를 위해 인터넷 쇼핑몰을 찾았다. 캣잎 사는길에 고양이들이 좋아한다는 캣그라스씨앗도 샀다. 보리싹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 직접 키운 싱싱한 풀을 주고 싶다는 생각때문에. 그리고 발톱가위,긴털을 빗을 수있는 빗,그리고 스크레쳐를 만들어 주려고 굵은 끈도 샀다. 어제 주문을 해서 월요일에나 올지 알았는데 오늘 아침 택배로 왔다. 완전 총알배송. 어디다 끈을 감아 스크레쳐를 만들어줄까 고민하다가 그냥 식탁다리에 감아 줬다. 그리고 거기에 캣잎을 살짝 문질러 줬더니 글쎄.... 고양이 마약이라고 불린다는 캣잎의 효과가 정말 장난이 아니다. 껴안고.. 2011. 4. 9.
고양이털이 너무해 주인은 하루종일 테이프 클리너로 고양이 털 제거한다고 개고생을 하는데 뻔뻔한 고양이 "그레이스 옥"은 늘 너무도 우아하게 빈둥거린다. 빈둥거릴려면 어디 좀 안보이는 구석자리에 가서 빈둥거릴 요량이지 어쩌자고 정리하려고 꺼내 놓은 겨울옷 위에서 저렇게 뒹굴어 대는지 모르겠다. 먼지 제거롤에 달라붙은 그레이스옥의 하얀털... 그 우아한 자태뒤에 휘날리던 하얀털... ... 졸라 많다. 먼지 제거롤 한 롤이 50장인데 옷 정리하느라고 10장은 썼고 침대며 이불이며 소파에 붙은 털을 떼내는데도 10장은 쓴 것 같다. 그런데 그레이스 옥이 깔고 자던 담요는 먼지 제거롤을 아무리 굴려도 털이 묻어 나질 않았다. 폭신한 담요 깊숙히 하얀 털이 촘촘히 박혀서 웬만해서는 떼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접착력이 강한 박스테이프.. 2011.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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