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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201035

나른한 오후 햇살 오전엔 아이랑 병원에 갔었다.목감기가 심해서 이틀째 학교에 가지 않고 있다. "어제보다 많이 나아져서 오늘은 주사를 맞지 않아도 되겠네요." 라는 의사의 말 한마디에 진찰하는 내내 굳어 있던 아이의 얼굴에는 화색이 감돌았다. "약을 이틀치 처방해 드릴테니 먹어보고 괜찮으면 오지 않아도 됩니다." 약국에 들러 집으로 돌아온 나는 아이에게 따뜻한 옥수수차 한 잔을 건냈다. "엄마,내일은 학교에 가야 돼?" "그건 왜?" "내일도 안가면 안 돼?" "글쎄,,, 의사선생님이 너 많이 나아져서 이젠 병원에 안 와도 된다고 했잖아." "그렇지만...." "그리고 학교를 그렇게 자주 빠지면 될까?" "....." 아이의 얼굴 빛이 좋지 않았다. 며칠 전 짝이랑 안 좋은 일이 있었다며 집에 와서는 대성통곡을 했었는데 .. 2010. 11. 3.
산책의 효과 (사진: 2010/10/15 나무그림자) 그제 아침, 8년만에 찾아온 10월 한파로 메스컴이 분주했다. 그 소식을 접하면서 아이 옷을 뭘로 입혀 보내야 할 지 나도 덩달아 분주했다. 옷장을 뒤져서 갈색 골덴바지와 연분홍색 후드 털코트를 꺼내 놨는데 아이는 연분홍색 후드 털코트가 너무 두껍고 촌스럽다며 골덴바지에 아이보리색 사파리만 걸치고 가려했다. "장갑 줄까? 목도리는?" 혹여나 하나 뿐인 딸내미가 얼어 죽을까 싶어 이것저것 건내주는 나에게 아이는 말했다. "엄마, 됐어요.나는 추운게 참 좋아." 아이는 얼른 현관문을 열고 도망치듯 학교로 빠져 나갔다. 그리고 나는 겨우 옷 몇 벌을 꺼내놓고 창자빠진 꼴이 된 장농을 보며 조용히 한숨지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낸 나는 남편을 위해 아침상을 대충 봐두고 내.. 2010. 10. 28.
오늘은 공사다망 했다. 종일 아이와 함께 산으로 들로 쏘다녔다. 집 뒷편에 있는 현충탑 아래 조그만 야산에만 다녀오자고 가볍게 나갔었는데 "엄마, 좀 더 큰 산이 없을까? 산이 좁아서 시시해." 라는 아이의 말 한마디에 내가 늘 오르내리던 조금 더 큰 산으로 데려갔다. "엄마, 여긴 생각보다 너무 가파라, 힘들어." "조금만 올라가면 운동기구가 많으니까 그거 하면서 좀 쉬자." 아이 등을 떠밀며 힘들게 올라간 그 곳엔 휴일을 맞아 가족과 함께 산에 오른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마치 우리가 산에 오른 것이 아니라 시내 한 복판에 서있는 것 처럼 말이다. "엄마, 나는 자연이 참 좋아." "자연이 좋아?" "응" 자연이 좋다는 아이의 말이 생소하게 들렸다. 아마도 내 의식 속엔 산이 좋다라던가 나무가 좋다라던가 구름이 좋다라던가 .. 2010. 10. 24.
코스모스 울타리를 지나며... 코스모스는 어느 전원주택의 울타리에서 가을 햇볕을 한껏 받으며 한가하게 한들거리고 있었다. 그저 바라보기만 해야 할 것은 풍경 속으로 조심스럽게 다가서자 천진한 미소로 해맑게 웃고 있는 코스모스 사이로 꿀벌들의 바쁜 움직임이 느껴졌다. 순간, 조금전까지만 해도 한가하기만 했던 전원의 풍경은 사라지고 본능에 이끌려 짧은 생을 이어가는 꿀벌의 하루가 숨가쁘게 펼쳐졌다. 채 50일도 되지 않는 삶을 보상 받기라도 하려는 것일까? 꿀벌은 무서운 속도로 허리춤 가득 꿀을 모으고 있었다. 그 삶이 본능이라 치부하기엔 너무나도 치열해서 숙연해지던 아침.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먼 발치에선 그저 한가로운 가을 풍경일 뿐이었다. 2010. 10. 20.
제수 장만하기 주말에 시조부 제사가 있다. 내가 맡은 음식은 나물,동태전,두부전,산적,조기,과일이 전부여서 별로 힘들 것도 없다. 채소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지난 추석때는 허리가 좀 휘청 했지만 지금은 과일값도 많이 내렸고 채소 값도 많이 내린 상태라 장보는 것이 겁이 날 정도는 아니다. 어제는 송북동에 5일장이 서는 날이었다. 거기까지는 걸어서 40분 정도. 이미 아침운동으로 2시간을 뛰고 걷고 한 상태라 다시 시장까지 걸어 갈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또 저녁마다 아이를 데리고 레포츠 공원으로 운동을 가야하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좀 쉬어줘야 다리에 무리가 가지 않을 것 같았다. 지난 여름, 일을 그만 두면서 팔아버린 하얀색 승용차가 그리워질 무렵 남편이 점심을 먹으러 들어왔다. "오늘 시간 좀 있어?" "응,.. 2010. 10. 15.
우리 남편이 달라졌어요. (사진 2010/09 /18 남사에서...) 아이는 학교때문에 7시 10분에 아침을 먹지만 늦게 출근하는 아이아빠는 8시~9시 사이에 아침을 먹어. 조금 일찍 일어나 애랑 같이 밥을 먹으면 아침에 밥상을 한번만 차려도 되잖아? 일어나기 힘들다는 이유로 기어이 아침에 밥상을 두 번씩이나 차리게 만드는 거야. 개똥이 이 시키가 말이야. 그러면 6시부터 9시까지 무려 3시간씩이나 아침상에 얽매여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지? 또 일주일에 3번~4번 정도는 집에 들어와 점심을 먹는데 그때는 아침상을 치우고 집안 청소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점심상을 차려야 하는 불상사가 일어난단 말이지 내말이. 전업주부로 돌아온 그 길고 무덥던 여름 날을 나는 그렇게 보냈었다. 생각해보니 그러느라고 지난 여름이 지옥같았었나봐. 미련하지?.. 2010. 10. 12.
송이 잘 먹고 있습니다. 어제 봉화 올케언니 한테서 송이를 우체국 택배로 보냈다고 전화가 왔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택배가 무사히 도착했다. 작은 아이스박스 두개가 왔는데.... 아이스박스 뚜껑을 열자말자 확 퍼지는 송이버섯의 향기.... 너무너무 맛있어 보이는 직경 24센티미터의 거대 송이버섯이 바닥에 깔려 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감동의 물결이 밀려왔다. 이건 능이버섯, 진한 락스 냄새를 풍기며 상자 가득 들어 있다. 오빠가 발로 밟아가며 넣었는지 꺼내기도 힘들었다^^ 저 능이버섯을 보더니 우리 지니가 그런다. "엄마, 독버섯이 섞여 있나 잘 봐봐~!" "걱정하지마, 외삼촌은 버섯 전문가야." "아,그렇구나~!" 버섯 전문가란 말에 안심을 한 아이는 송이버섯을 먹어보겠다고 난리다. 그래서 제일 먹음직 스러운 거대 송이버섯을.. 2010. 10. 9.
내 탓이지 뭐... (사진: 2010/10/08 산책로에서...) 남편이 5시에 깨워 달라고 해서 5시 알람이 울리자 마자 깨웠다. 그랬는데 뭐라 그러는지 알아? "5시 잖아?!" 그러면서 버럭 소릴 지르는 거야. '지가 5시에 깨워 달라고 해서 나는 분명 5시에 깨웠던 것 뿐인데 왜 지랄이야?' 새벽부터 열통이 터져서 씩씩대고 있는데 고양이 옥순이가 다가와서 몸을 비비기 시작했다. '너는 내 꺼야.' 자기 딴에는 영역 표시 한다고 자꾸 비벼대는데 나는 그게 싫지 않다. '말 못 하는 고양이 보다 못 한 인사 같으니라구...' "그럼 몇시에 깨워?" "7시까지 가야 해." "아 그러니까 7시까지 가면 몇시에 깨워야 하냐고요!" "이제 슬슬 일어나야지." '그래, 넌 늘 항상 고딴 식이였지.일어나는 거 하며 밥 먹는 거 하며.. 2010. 10. 9.
산책로에서... 집을 나서 10분정도 걸으면 산책하기 좋은 산이 나타난다. 산책이라고 하기엔 산이 너무 가파르고 산행이라고 하기엔 그다지 높지 않은 산을 올라 약수터 뒷편으로 돌아서 집에 도착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2시간. 등산화가 낡아 야유회때 신으려고 샀던 스니커즈를 신고 다시 산책을 시작했다. 신발이 불편해서 그런지 발에 물집이 잡혔다. 그래서 늘 신고 다니던 워킹화를 신고 산에 올랐는데 발이 편하긴 한데 어제는 좀 위험했다. 내리막 길에 발을 헛디뎌 하마터면 발목을 접지를 뻔 했기 때문이다. 워킹화 뒷축이 워낙 동굴동굴해서 내리막 길엔 미끄러지기 딱 좋다. 그렇지만 신발을 등산화로 바꿀 생각은 없다. 2시간의 산책 중 산을 올라야 하는 시간은 고작 30~40분정도밖에 되질 않으니 말이다. 그리고 어제는 디카로 .. 2010. 10. 8.
어느 날 아침 옷이 축축해서 잠에서 깼다. 문득 전 날 밤, 오늘은 죽어도 엄마랑 잘 거라고 아빠를 자기 방으로 쫒아 내고 내 옆 자리를 차지하고 자던 애가 의심스러워 침대 속으로 손을 쑥 넣어 봤다. 멀쩡했다. '그럼 그렇지 애 나이가 몇인데...' 그렇다면 내 옷을 축축하게 적시고 있는 이 액체의 정체가 뭘까? 혹시 고양이가? 고양이는 자신이 쓰고 있는 화장실,그러니까 고양이 모래를 잘 관리해주지 않으면 엉뚱한 곳에다 실례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매일 배설물로 얼룩진 고양이 모래를 깨끗이 치워주고 있는데.... 축축해진 옷을 벗어 냄새를 맡아 보았다. 고양이가 저지른 만행이었다면 냄새가 무지 고약할텐데 거기서는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애도 아니고 고양이도 아니라면? 혹시... ... 나? 그 짧은 순간 엄청난 .. 2010. 9. 20.
불치병 이제 정기적으로 이비인후과를 찾지 않으면 안 될만큼 알러지성 비염이 내 몸 속 깊은 곳에 뿌리를 내렸다. 콧 속에 약물을 뿌려 넣는 것도 길다란 침을 꽂고 앉아 있는 것도 약을 먹고 쥐죽은 듯이 자는 것도 이젠 제법 익숙해졌다. 그런데 비염이란 녀석은 가끔 알러지성 결막염이란 친구도 데려오는데 그 날은 정말이지 미치고 팔짝 뛸 것처럼 눈이 가렵다. 처음엔 어떻게 할 줄 몰라서 눈꺼풀에서 피가날때까지 비벼댔는데 이제는 제법 똑똑해져서 얼음 주머니를 만들어 얼음 찜질을 한다. 그러면 가려움증이 깨끗히 사라져버리지. 그런데 가끔 얼음찜질이 통하지 않는 친구도 있다. 귓속 가려움증... ... 녀석은 정말이지 강적이다. 그래서 이비인후과를 찾았던 것이다. 첨엔 한방병원에 다녔었다. 약값이 좀 비싸서 다니면서도 .. 2010. 9. 13.
길... 내 길은 어디에 있을까?와 같은 고민은 이제 더이상 하지 말자. 내가 가는 곳은 어디 든 길이 되리라는 믿음을 가져보자. 그리고 상상해 보는 거야. 언젠가 내가 터 놓은 그 길을 따라 누군가가 열심히 걸어오는 그 모습을... ... 2010.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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