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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201152

나를 둘러싼 담장 손톱 소제(掃除)를 하다가 왼쪽 새끼 손톱과 오른쪽 엄지 손톱 언저리에 상처를 입었다. 나는 굳은 살만 잘라낸다고 잘 잘랐는데 생살이 약간 잘린 모양이다. 약간의 출혈이 있었던 자리에 까만 딱정이가 앉아 있는 모양이 꼭 제집으로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게 집을 에워싼 담벼락같다는 생각이 든다. 민감한 세포들은 작은 상처 하나에도 신경을 곤두 세우며 "딱지"라는 방어기제를 작동한다. 그런 '딱지'를 닮은 담장.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상처가 많은 시절일수록 담장은 더 높고 더 견고했겠지? 요즘은 담장 없는 집이 많다. 높고 견고한 담벼락은 고궁이나 사원같은 곳에나 찾아 볼 수 있을 뿐, 담장이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눈으로 보이지 않는 마음의 담장은 갈수록 더 높아지고 견고해지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든다. .. 2011. 4. 12.
시댁에 갖다버린 다육이들... 그 이후... 물을 많이 줘서 웃자라고 볼품이 없어진 다육식물. 지저분해서 버리려고 했는데 막상 버리려고 마음을 먹고 보니 이것들도 생명인데 버리면 죄받지 싶은 생각이 들더라. 또 본전 생각이 나기도 하고. 그때 문득 생각난 곳이 있었지. 시댁 베란다. 사실 빗물 들이치는 걸 막기위해 벽돌집 앞을 유리문으로 뺑둘러 빗물막이 문을 만들었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베란다라고 부르기엔 조금 어색한 그 곳엔 신발장 하나와 빨래 건조대만 있을뿐 다소 횡하고 삭막해 보이는 공간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큰 형님이 수석 보관하던 유리진열대에 녹이 끼여서 지저분하다며 그걸 시댁 베란다에 갖다 놓고 가버렸다. 그래서 다육이 진열하기 깔맞춤인 훌륭한 진열대까지 완비한 시댁 베란다. 그 곳에서 봄 여름 가을을 보내고 다시 거실로 옮겨져 겨울.. 2011. 4. 11.
옥순냥네 창틀에 서식하는 다육이 5총사 작년, 아니구나, 벌써 햇수로 2년이 흘러버린 2009년 12월 어느 날, 남편과 아이를 친정에 보내놓고 홀가분하게 휴일을 보내고 있는데 문득 시장에 가고 싶었지. 지금은 팔아버리고 없는 하얀색 자동차를 타고 근처에 있는 재래시장으로 갔어. 날이 그렇게 춥지 않아서 그랬는지 사람들 깨나 많더라. 이곳 저곳 발길 닿는데로 기웃거리다가 무심코 들어간 DC백화점. 예전 천냥하우스의 후속쯤 되는 그런 곳이었는데 없는거 빼고는 다 있더라구. 접시, 냄비,그릇들을 천천히 구경하다가 딱히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 자꾸만 안쪽으로 들어갔지. 청소도구가 진열된 진열장을 지나 구석자리에 마련된 도자기 코너. 그 곳에서 저 아이들을 처음 만났지. 개구리,병아리,돼지,강아지,햄스터 처음엔 그냥 도자기 인형인가 싶어 봤더니 확터.. 2011. 4. 8.
봉화 꼬꼬 닭장에서 탈출한 닭 두마리, 이제 막 새땅에서 뿌리를 내리고 적응을 시작한 어린 사과나무 사이를 '꼬꼬'거리며 거닐고 있다. 그런 닭을 붙잡아 다시 닭장에 넣으려고 과수원 한 귀퉁이에다 닭사료를 뿌리며 닭주인도 "꼬꼬"거렸다. 주인이 모이를 뿌리며 "꼬꼬"거리는 소릴 듣고 달려온 닭들이 "꼬꼬" 거리며 모이를 쪼아먹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운 나는 카메라를 들이대보지만 닭들이 보기에 그 모습이 너무 이상했는지 모이를 쪼아먹다말고 슬금슬금 다른대로 피했다. 나는 가지말라고 닭들에게 "꼬꼬"거리며 통사정을 해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닭들이 낯설어서 그런다." 닭주인은 닭이 낯을 가린다고 했다. 빨갛고 약간은 징그럽게 생긴 닭벼슬과 눈을 카메라에 담아보고 싶었는데 마음대로 되질 않았다. 60mm 접사렌.. 2011. 3. 31.
나에게 묻는다 2011년 3월 26일 금요일 오후... 송탄에서 1번 국도를 타고 평택에 도착, 평택에서 38번 국도를 타고 안성,장호원을 거쳐 제천에 도착하면 55번 중앙고속도로가 나타나지. 그 길로 줄곧 북영주까지 달린다음 북영주IC에서 빠져 5번 국도를 따라 안정면을 지난다음 영주에서 36번 국도를 탄다. 다시 임기에서 31번 국도로 빠져 산길을 돌고 돌면 사진속의 작은 마을이 나타나지. 길가에 수북히 쌓인 짚더미 그리고 지붕 모양으로 각기목이 빽빽히 세워진 걸 보니 곧 삼포가 들어설 모양인가 싶다. 연탄재, 언제부턴가 이 연탄재를 보면 생각나는 시가 하나 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너에게 묻는다/안도현 그래서 나는 누구에게 단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 2011. 3. 28.
바늘을 삼킨 고양이 그리고... 며칠전 저녁무렵... 오랫만에 짬을 내어 연필을 잡았다. 머리는 무겁고 손 끝은 무뎠다. 그렇게 한참을 소란스런 마음을 안고 눈을 따라그리고 있었을까? 어느 새 내 옆에 자리를 잡은 딸아이가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를 그리고 있었다. 순간, 조금전까지 소란스럽던 마음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리고 고요함이 내려 앉았다. 지금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하는 아련한 바람마저 느껴질때, 그 적요한 순간을 순식간에 산산히 박살내버린건 남편이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바늘을 삼켜버린 고양이였다. 텔레비젼을 보던 남편은 옥순이가 바늘을 삼켰다고 호들갑을 떨었고 내 옆에서 그림을 그리던 아이는 아빠의 지나친 흥분에 겁을 잔뜩 집어 먹고 지금 당장 고양이가 죽기라도 하는 것처럼 서럽게 울었다. 평소 헝겁으로 인형.. 2011. 3. 20.
지난 날 우려먹기 사진: 2005년 4월 20일 6년전 봄... 일명 똑딱이라고 불리는 소형디카가 내 생활에 미친 파장이란...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하루하루를 저 조그마한 디카를 통해 바라보고 있으면 보잘 것 없는 생활에도 뭔가 특별한 무엇이 깃들어 있는양 생기가 돌았고 내 속에 끊임없이 뭔가가 들끓어 늘 가슴이 벅차곤 했다. 작은 디카로 바라본 나의 또 다른 세상, 그것은 이루 말 할 수 없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설렘이었다. 그렇게 나는 한 때... 행복했었다. 2011. 3. 16.
주말을 앞두고... 봄이 오긴 온건가? 3월인데도 난 아직도 많이 춥다. 그래서 겨울 옷을 벗을 수가 없다. 내일은 주말... 따로 가봐야할 경조사도 없고 마냥 시간이 프리한 주말... 겨울 옷을 집어 넣고 봄 옷을 꺼내야 하는데... 엄두가 나질 않는다. 하나 밖에 없는 고양이 목욕도 시켜야하는데... 엄두가 나질 않는다. 오늘은 자꾸 힘이 빠지는 날... 아니 자꾸 힘이 빠지는 날들의 연속... 사는 게 다 그런거지 하면서도 그런게 아닌 이런 삶도 있을거야! 하는 생각이 드는 나날들... 머릿속이 너무 복잡하다. 사는 것도 너무 힘들게만 느껴진다. ......... 내일은 산에 한 번 올라가 볼까? 2011. 3. 11.
갈급한 바람 똑... 또독.... 빗방울이 창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 창문을 열었다. 콧속으로 훅 밀려든 바람이 부드럽고 시원하다. 어둠이 자욱한 거리, 인적없는 길위에 봄비가 부지런히 내리고 있는 새벽. 머그컵 가득 담겨졌던 커피가 반쯤 줄었을 때 예전과는 좀 다르게 살고 싶다는 갈망이 가득하다. 예전과는 다르게 생각하고 예전과는 다르게 행동하고 아무튼 전과는 뭐가 달라도 달라지고 싶다는 갈급한 바람이 있다. 며칠 머리가 터질듯이 아팠다. 일어나 앉아 있기도 힘든 상태여서 틈만 나면 머리를 싸메고 누웠다. 예서쟤서 난데없는 생각들이 불쑥불쑥 아픈 머리를 들쑤시는 통에 견딜수가 없었다. 잠이 들면 생각도 잠이 들겠지. 그러나 생각은 잠재우려 하면 할수록 터진 봇물처럼 쉴새없이 쏟아져 나와 머릿속을 난도질했다. 긴장.. 2011. 2. 27.
그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왜 그랬을까? 궂이 그러지 않아도 되었을 일을 왜 그렇게까지 해야만 했을까? 시쳇말로 그게 확실히 최선이었을까? 머리맡에 머무르는 생각을 떨쳐보려고 잠자다 말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꿈속에서까지 나타나 성가시게 굴던 근심을 침대에 내팽계치듯 던져버리고 벌떡 일어났다. 그 자리를 밤새 부시럭거리며 어슬렁 거리던 고양이가 냉큼 기어올라가 똬리를 틀더니 졸린눈을 껌뻑거린다. 그게 확실히 최선이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다. 그냥 대충 이해를 해버리고 pass! 그러면 될 것을... 이미 상처가 되어 가슴팍에 박혀버린 일을 대충 넘겨버리기란 여간 힘든일이 아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꿈속에서까지 생각을 해 봐도 불가해하다. 조금전까지 똬리를 틀고 침대맡에 앉아 졸린눈을 껌뻑.. 2011. 2. 8.
흔들리면 지는 거다! 내일모레가 개학인데 우리 딸애는 방학숙제를 하나도 안했나보다. 남편이 저질러 버린 일을 수습하기 바빠서 애가 집에서 밥을 먹는지 마는지 숙제를 하는지 마는지 통 신경을 쓰지 않았더니 급기야 이런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어떡하지? 하지만 지금 어떡하지? 묻는다고 해결책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숙제를 안해서 학교가서 선생님한테 혼이나든말든 이건 엄연히 딸내미 지가 알아서 할 일인데 내가 왜 이렇게 신경이 쓰이는지 모르겠다. 혹시 나는 지금 자책을 하고 있는 것인가? 혹시 아직도 모든 것을 잘 하고 싶은 수퍼우먼 컴플렉스가 남아 있는 것인가? 그래서 여전히 멀리보지 못하고 코앞에 닥친 상황에만 연연하고 있는 것인가 지금? 지난 겨울방학동안 내가 아이에게 보여왔던 행동... 그건 내가 내 아이에게 보다 큰 그.. 2011. 2. 7.
쬐끔은 특별해진 시선 밤공기가 허파속으로 부드럽게 스며드는 걸 보니 이젠 봄이 오긴 오려나 보다. 5일의 연휴중 4일을 보내고 하루를 남겨놓은 시점에서 지난 4일을 되돌아 봐. 먼 길을 헤매다 돌아온 사람처럼 지난 4일이 아득하게만 느껴져. 밤낮의 경계를 허물어가며 깨어 있는 시간이 많아서 였을까? 생각해보니 지난 4일은 4년처럼 길고 길었다. 전에 없이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느낀 시간이었지. 그렇다고 특별한 곳에가서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는 뜻은 아니야. 그냥 남들처럼 그저 평범한 일상일 뿐이었지. 다만 삶을 바라보는 내 시선이 조금은 특별해진 것 같아. 그 특별한 시선으로 평범한 일상을 바라보니 그 평범했던 일상이 조금은 특별해지더란 얘기. 사실... 나는 내 입장을 먼저 생각하기보다는 남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습성.. 2011.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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