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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509

퇴근 후 집으로 출근하다. 퇴근 후 나는 다시 집으로 출근을 한다. 출근 한 집엔 장 보기, 청소 하기, 빨래 하기, 저녁 차리기, 설거지하기, 쓰레기 분리 수거 등의 각종 집안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시간을 정해두고 그 시간 안에 꼭 해야하는 일이 아니라서 부담은 없다. 부담도 없고 간혹 내일로 미뤄도 되는 일이 있기는 하지만 엄연히 시간과 노력을 요하는 일이다. 오늘은 서둘러 집안 일을 끝내버리고 일찍 자리에 누웠다. 편안하고 따뜻하다. 잠을 자기엔 너무 이르고 tv를 보기엔 문제가 너무 많다. 왜냐면 취향이 달라도 너무 다른 남편과 채널을 놓고 벌이는 타협과 협정의 과정이 너무나 험난하기 때문이다. 배려심과 양보하는 마음이 넘쳐도 너무 넘치는 '나'라서 남편은 좋겠다. 나도 '나'같은 마누라가 있었으면 대따 좋겠다.. 2022. 2. 7.
따뜻한 나의 집 오전 내내 이불속에서 뒹굴거리다가 오후가 되어서야 정신을 차려 산책이란 걸 했다. 체감온도는 영하권, 그늘 진 곳엔 아직 하얀 눈이 남아 있었다. 종아리까지 내려오는 패딩 코트를 단단히 여며 입고 걸었지만 찬 바람 때문이었는지 몸에서는 좀처럼 열기가 올라오지 않았다. 앙상한 겨울나무 사이로 찬바람이 지나가며 파도 소리를 냈다. 문자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소리가 마음 바닥까지 싸늘하게 만들었다. 집을 나서서 얼마 지나지 않아 따뜻한 나의 집이 그리워졌다. 그리하여 서둘러 돌아온 나의 집, 나의 따뜻한 집... 내게도 이렇게 따뜻한 집이 있었음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2022. 2. 6.
이불 속에서 아침을... 어제가 입춘이었다. 절기는 봄의 문턱으로 들어섰다 하는데 밖은 여전히 춥다.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나 산책이란 걸 하러 가고 싶으나 엄두가 나질 않는다. 그래서 여전히 이불 속에 누워 휴대폰으로 인쇼몰을 들락거리며 장바구니에 물욕을 가득 채운다. '오늘 배송예정인 상품은 kf94 새부리형 마스크와 스테인레스 스틸 후라이펜.' 퇴근 후에 집으로 오면 늘 택배 상자가 나를 기다렸는데 오늘은 토요일이라 내가 택배 상자를 기다린다. '오늘은 오전 내내 뒹굴뒹굴 할거야.' 2022. 2. 5.
이제 시작이다. 그 어느 때보다 길고 길었던 연휴가 끝났다. 알람은 다시 울렸고 은혜로운 일상이 시작되었다. 아무 데도 못 가고 집안에 갇히다시피 있었던 지난 5일이 너무 길었던 탓에 다시 출근하는 오늘이 너무 반갑다. 내가 가진 모든 것에 감사를 보내는 오늘이다. 2022. 2. 3.
설 쇠러 온 눈 사람 아무 데도 안 가길 잘했다 싶을 정도로 눈이 많이 내린 하루였다. 일어나자마자 눈구경하러 밖으로 나가고 싶었으나 꼭두새벽부터 배고프다고 보채는 웬수같은 큰아들(남편)때문에 떡국에 호박나물, 가지나물, 파래 초무침 기타 등등을 만들어 설날 아침 밥상을 간소하게 차려주고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집안에 있을 땐 분명 흐렸었는데 밖으로 나오니 해가 쨍하게 떴다. 하얀 눈에 반사된 아침 햇살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이 부셨다. 이 동네 아이들은 눈이 내리면 어김없이 눈사람을 만들어 놓곤 했는데 역시나 오늘도 어김없이 예쁜 눈사람 가족을 볼 수 있었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너무 귀엽다. 순백의 동심을 선물로 받은 것 같아 흐뭇했다. 눈사람 가족을 만들어 놓은 부지런한 작가님에게 감사를 전한다. 2022. 2. 1.
우아한 빈둥거림 백신 맞은 팔이 퉁퉁 부었다. 약간의 통증도 있어 타이레놀로 버티고 있는 중이다. 백신을 맞지 않고서는 사회생활이란 걸 할 수가 없어 맞긴 했지만 맞을 때마다 실험실 생쥐 같다는 기분이 든다. 29일 오전 11시. "연휴기간에 충분히 쉬셔야 하는데..." 주사 바늘로 어깨를 찌르면서 간호사는 말꼬리를 흐렸다. 설연휴에 이 나라의 엄마들이 겪어야 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아, 저는 괜찮아요. 이번 연휴에는 아무 데도 안 가거든요. 아니 못 가죠. 충분히 쉴 수 있어요^^" 간호사를 안심시키고 진통제 처방을 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이번 백신은 지난번 같지 않게 속도 약간 메스껍고 어지러웠다. 최대한 편한 자세로 침대에 누워 메스꺼움과 어지러움 증이 사라지길 기다렸다. .. 2022. 1. 31.
知天命 - 온화한 아웃사이더 비현실처럼 쉰둥이가 되었다. 이제 막 질풍노도의 세월을 통과한 것 같은데 어느새 지천명이라니... 속절없는 세월이 얼척없지만 이 모든 것이 사실임을 부정하진 않는다. 단지 "50"이라는 숫자가 놀라울 따름이다. 갑작스레 한기가 스며 잠이 깬 새벽, 쉰이라는 숫자에 조용한 현타가 밀려왔다. "하지만 그닥 나쁘지 않아. 나이가 주는 온화함이 있거든. 온화하게... 그렇게 살면 될 것 같아. 은하계에서 밀려난 왜소 행성 134340 (Pluto)처럼 새 이름을 갖고 밝게 빛나게 살면 될 것 같아. 온화한 아웃사이더의 길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보자. 쉰둥이의 온화한 아싸(아웃싸이더)...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2022. 1. 30.
여유로운 한 때 이번 주말엔 남편이 추어탕을 끓여주겠다고 해서 본가로 들어갔다. 남편은 살아서 펄떡거리는 미꾸라지 1kg을 샀고 나는 마끈과 코바늘을 샀다. 남편이 추어탕을 만드는 사이 나는 평상에 앉아 한가로이 뜨개질을 하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본가에 도착하자마자 시래기도 삶아야 했고 마늘도 까야했고 부추도 다듬어서 씻어야 했고 국수사리도 삶아야 했다. 남편의 "내가 다 할게."라는 말은 미꾸라지를 잡아서 삶는 것 까지, 딱 거기까지 자기가 다한다는 말이었다. 그래도 그게 어디야... 그렇게 토요일은 추어탕과 함께 사라졌다. 일요일 오전. 본가 마당가에 줄기 꽂이로 삽목해놨던 감국이 어느새 자라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맥주 페트병 주둥이를 날리고 이제 막 피기 시작한 감국을 꺾어서 꽂았더니 근사한 꽃병이 되었다. 아.. 2021. 10. 10.
오늘은 하늘이 예쁘다. 코로나19 때문에 무늬만 휴가가 되어버린 지루한 자유 시간을 보내고 다시 시작된 주말이다. 푹푹 찔듯한 무더위가 한창이지만 다행히 요즘 새벽 바람은 조금 살만하게 느껴진다. 창으로 들어오는 시원한 새벽 바람을 맞으며 책장에서 읽다만 소설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소설 책을 읽기 시작하고 한 두 시간쯤이 지났을까? 창문 너머로 보이는 하늘이 너무 시원스럽게 느껴졌다. 나는 읽던 책을 덮어두고 밖에 나갈 준비를 했다. 문득 산책이 하고싶어졌기 때문이다. 오늘의 목적지는 집 근처 스포츠 공원. 오늘은 하늘이 무척이나 예쁜 날이다. 산책을 시작한지 30분이 흘렀을까? 마스크 안이 땀으로 흥건해져 발걸음을 집으로 돌릴수 밖에 없었다. 언제쯤이면 이 답답한 마스크를 벗고 생활할 수 있을까? 집으로 돌아와 제일 먼저.. 2021. 8. 7.
2021년 6월 27일 시골 풍경 시댁 마당 앞으로 펼쳐진 논두렁 뷰. 오뉴월 햇살을 받으며 벼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남편은 이른 봄부터 과실 나무에 살충제를 꼼꼼히 뿌렸다. 주말마다 올해는 자두가 주렁주렁 가지가 찢어질 정도로 많이 열렸다고 흐믓해했다. 이제 빨갛게 익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성급한 나는 연두빛이 감도는 큼직한 자두 하나를 따서 한 입 베어 물었다. 신맛에 침샘이 폭발했다. 이제 서서히 자두가 익어가고 있다. 가지마다 주렁주렁 열린 건 자두만이 아니다. 보리수 열매도 주체할 수 없이 열려있다. 딱 한바구니만 따고 그대로 두었다. 지나가던 동네 사람이 따먹든 날아가던 새가 먹든 아님 그냥 떨어져 흙이 되든 자연이 알아서 하겠지란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초 봄부터 땅속에서 무섭게 치고 올라오던 개망초도 아름다운 꽃을 피웠.. 2021. 6. 27.
초보 운전을 견뎌내는 힘 아침 안개가 걷히기도 전에 동네 한바퀴를 돌고 아침준비를 했다. 평소 같으면 새벽같이 일어나 배고프다고 분주를 떨었을 남편은 조용했다. 어제 딸내미 운전연습 시키느라 몹시 피곤했나보다. 딸 아이가 운전면허를 따서 어제 처음으로 운전대를 잡았다. 조수석에는 애아빠가 타고 나는 뒷좌석에 있었는데 딸이 운전하는 2시간 동안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차가 자꾸만 차도를 벗어나는 것만 같아 어찌나 불안하던지 차마 눈을 뜨고 있을 수가 없어 나중엔 아예 눈을 꼭 감아버렸다. 왜 그렇게 심장이 쫄리던지... 운전 학원 강사들은 어떻게 사람들을 가르치는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 타고 있던 남편은 온 몸에 힘을 줘서 몸살이 날 지경이라고 하면서도 오늘 아이를 데리고 또 나갔다왔다. 불안한 상황에서 어떻게.. 2021. 6. 20.
이른 아침 산책길에서 만난 ㅂㄸㄱ와 ㄷㅍㅇ 비가 오락가락하더니 모처럼 쨍한 휴일이다. 그래서 오늘은 아침일찍 산책을 다녀왔다. 산책로 입구에 돌나물꽃이 노랗게 깔려 있다. 참 싱싱하고 풋풋하다. 산책로 오른쪽은 아카시아나무가 왼쪽은 편백나무가 들어서 있다. 엇그저께 깨끗하게 빨아서 말린 하얀 운동화를 신고 한발 두발 걷는데 갑자기 머릿속이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 산책의 효과는 신속하고 정확해서 좋다. 비가 온 탓에 흙이 젖어 먼지가 날리지 않아 신발이 더러워지지 않으니 그 또한 좋다. "깨끗한 신발은 너를 좋은 곳으로 인도하리라"라는 명언?을 남기며 나는 다시 걷는다. 아침해가 숲으로 들어오고 있다. 신록이 주는 청량감은 이슬같다. "크~ 마시지 않고도 취하는 구낭!" 그 이슬 말구 걍 아침이슬... 푸릇푸릇한 청량감에 취해 타박타박 걷는.. 2021.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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