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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에세이165

오늘 아침 반찬은 계란 장조림과 늙은 가지 볶음. 아침부터 남편의 배꼽시계가 요란하게 울렸다. 어제저녁, 수변 산책로에서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 비를 맞아서 그런지 일어나는 게 힘들었다. 남편: 밥 안 먹을 거야? 나: 더 잘 래. 남편: 밥은 먹고 자야지? 나: 밥 먹고 자면 살쪄. 남편: 그럼 밥 좀 해주고 자. 나: (귀찮은 듯 몸을 벽 쪽으로 뒤집으며 시큰둥하게) 해 먹어. 남편: (이 보다 더 불쌍할 수 없게) 내가 하면 맛이 없단 말이야. 나: (한 숨 한 번 쉬고...)그럼 어제저녁에 삶아 놓은 계란이나 까시던가... 침대에서 일어나 양치하고 세수하고 머리를 빗는 동안 남편은 삶은 계란을 하나도 터트리지 않고 잘 까 놨다. 하긴 계란을 오래 삶으면 흰자가 탱글탱글해서 잘 까지긴 한다. 어제도 15분만 삶으면 될 것을 한 시간이나 삶.. 2022. 10. 3.
늙은 호박으로 식혜나 만들어 볼까? 시골집에 호박이 누렇게 익어 간다. 아버님이 호박을 키울 땐 호박이 넝쿨마다 주렁주렁 처지가 곤란할 정도로 열리곤 했었는데... 올해는 애 호박도 몇 개 따먹지 못했고 늙은 호박은 세 덩이가 끝이다. 그중 하나는 멜론보다 작다. 작지만 제법 노랗게 잘 익은 것 같아서 호박 수프나 끓여 먹을까 싶어 집으로 가지고 왔다. 늙은 호박을 반으로 갈라 속을 파내고 껍질을 벗겨 볼까? 늙은 호박은 사진처럼 껍질 채 자른 다음 썬 호박을 세워 놓고 칼로 껍질을 썰어낸다. 이렇게 하면 껍질을 쉽게 제거할 수 있다. 썰어서 껍질을 벗긴 늙은 호박을 깍둑 썰기한 다음 호박이 잠길 정도로 자작하게 물을 붓고 푹 삶으면 되는데... 운동화 두 켤레 빨고 왔더니 흐물흐물하게 잘 삶겼다. 삶은 호박을 국자로 눌러 으깨도 되지만 .. 2022. 10. 2.
에어프라이어에 밤 굽기 밤나무에서 막 떨어진, 아니 막 따온 햇 밤 한 봉지를 얻었다. 그녀는 밤을 따느라 온 몸이 모기에 뜯겼다며 밤이 든 비닐봉지를 멋쩍게 내밀었다. 고맙게 잘 먹겠다고 인사를 하고 햇 밤이 든 비닐봉지를 받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삶을까? 하다가 삶으니 맛이 없더란 그녀의 말이 생각났다. 그래서 구웠다. 밤에 칼집을 내고 밤 굽는 틀에 집어넣고 에어 프라이어의 로티세리 기능을 켜고 180도에서 30분 구웠다. 한 10분 더 돌릴 걸 그랬나? 밤 껍데기가 까맣게 되어야 군밤스러운데 말이지. 식은 밤을 한 알 까서 딸램한테 넘겨주고 다시 밤을 까기 시작했다. 평소 같으면 한 알만 먹고 돌아섰을 딸램이 내 손만 바라보고 옆에 딱 붙어 있었다. 밤 껍데기 까는 일은 정말 싫지만 물미역처럼 촥~ 들러붙어 있는 딸.. 2022. 9. 15.
늙은 가지로 만든 가지 조림 시골집에 가지 한 포기를 심어놓고 방치를 했더니 가지가 어느새 많이 늙었다. 검은색이었던 가지는 연한 보랏빛으로 바뀌었고 껍질은 딱딱해지고 씨가 생겨 여물었다. 오늘은 이 늙은 가지로 가지 조림을 만들어 보자. 1. 딱딱한 껍질을 필러로 벗겨내고 깍두기 모양으로 깍둑썰기를 한다. 2. 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파 기름을 낸다. 2. 깍둑 썰어놓은 가지를 넣고 재빨리 뒤집어 가며 볶는다. 가지가 스펀지처럼 기름을 빨아들이는 속도가 엄청나기 때문에 기름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3. 뜨거운 물 한 컵, 간장 한 컵, 후추 약간, 설탕은 적당히 넣고 조린다. (냉동실에 먹다 남은 다짐육이 있으면 해동해서 살짝 볶아 같이 넣고 조리면 더 맛있다.) 매운맛을 높여줄 베트남 땡초 한 줌 칼등으로 잘게 부순다. 4. .. 2022. 9. 2.
오늘 아침은 토마토 계란 스크램블 재료: 계란 3개와 잘 익은 토마토 한 개. 토마토는 잘게 썰고 계란은 소금을 뿌려 대충 풀어놓는다.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토마토를 넣고 살짝 볶은 다음 계란을 넣고 휘휘 저어주면 된다. 딱히 요리라고는 할 수 없지만 요즘 아이들은 이런 걸 좋아한다. 사실 나 역시 퍽퍽한 스크램블보다는 토마토를 넣어 촉촉한 스크램블이 훨~ 나은 듯하다. 토마토 계란 스크램블, 밥이 부담스런 아침을 위해 태어났다. 2022. 9. 1.
내가 수박을 고르는 기준 아침 산책을 마치고 찰옥수수 알갱이 까넣어 밥을 짓고 김치찌개와 제육볶음을 만들어 시~뻘건 아점을 먹었다. 어젠 종일 옥수수만 까먹었더니 뱃속에서 매콤한 거 내놓으라고 신호를 보냈다. (시뻘거니... 사진만 봐도 속이 풀리는 느낌이지 않아? ㅋㅋㅋ) 오늘은 말복이자 나의 휴가가 끝이 나는 날이다. 말복인데 삼계탕을 끓여야 하나? 아니야 날도 더운데 수박이나 먹자. 그래서 마트에 들러 수박 한 통을 샀다. 마트엔 늘 무게가 10kg 이상 나가는 큰 수박만 있어서 사기 부담스러웠는데 때 마침 작고 예쁜 수박이 있었다. 내가 수박 고르는 기준은 최대한 좌우 대칭이 맞아야 하고 모양이 예뻐야 하며 전체적으로 색이 균일한 초록색이어야 한다. 모양이 찌그러지거나 색깔이 균일하지 않고 어떤 면은 노랗고 희멀건한 초록.. 2022. 8. 15.
김밥 속 재료 볶음밥 어제 먹다 남은 목삼겹살 한 토막이 있는데... 야채 썰어 넣고 볶음밥이나 만들어 먹을까? 야채실에서 감자를 꺼내다 보니... 그저께 김밥을 만들어 먹고 남은 속재료가 눈에 띄었다. 오늘 안 먹으면 다 버려야 하는데... 잘 됐다. 한 데 쓸어 모아 볶아야겠다. 청양고추, 우엉조림, 단무지, 오이절임, 당근 볶음을 볶음밥 용으로 잘게 썰었다. 김밥 속 재료 썰은 것, 전자렌지에 데운 냉동밥 2개, 감자 한 알과 목삼겹살 한 덩이 썰어 놓은 것. 김밥 싸고 남은 속 재료를 모두 모아 볶음밥을 만들어 보자. 1. 예열된 팬에 카놀라유를 살짝 두르고 썰어 놓은 목삼겹살을 넣고 소금과 후추를 뿌려가며 잘 볶는다. 2. 고기가 익으면 잘게 썬 감자를 넣고 감자가 투명해질 때까지 볶는다. 감자에도 소금을 뿌려 간을.. 2022. 8. 13.
어쩌다 보니 비건 김밥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때문에 요즘은 김밥을 자주 해 먹는다. 밥도 김밥용으로 고슬고슬하게 지어서 냉동실에 꽉꽉 쟁여 놓고 산다. 여행 같은 긴 산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면서도 김밥 생각이 났다. 그래서 냉동 밥을 녹여서 새콤, 달콤, 고소, 짭짤하게 밑간을 해 두고 냉장고에서 김밥에 어울릴만한 재료를 털어보니 당근과 오이 계란 정도? 청양고추도 넣어 보려고 꺼냈다. 계란은 파슬리 가루와 소금을 넣고 지단을 얇게 부치고 당근은 채 썰어 볶았다. 오이는 속을 빼고 길게 썰어 소금에 절인 다음 키친 타올로 물기를 제거하고 청양고추는 길게 4등분 했다. 두 번 구운 김밥 김에 밑간을 한 밥을 깔고 계란 지단을 펼쳤다. 그 위에 오이, 당근, 단무지, 우엉조림, 청양고추를 올리고 잘 말았다. 잘 말아.. 2022. 8. 11.
닭발볶음 만들기 자주 가던 닭발 집에 사장님이 바뀐 이후로 닭발 맛이 변했다. 그 후 남편은 이곳저곳을 다니며 닭발을 사 오곤 했는데 영 입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어떤 날은 달기만 한 닭발을 사 왔고 어떤 날은 맵기만 한, 그것도 신경질 날 정도로 맵기만 한 닭발을 사 왔다. 한 날은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 닭발을 들고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에이... 이 집도 아니네. 나는 닭발 참 좋아하는데 좀 적당히 칼칼하고 적당히 매콤한 닭발은 없나?"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닭발을 한 개를 집어서 맛을 보았다. "그 맛이 그 맛이구만 까다롭기는..." 사실 닭발이나 돼지 껍데기는 내 취향이 아니어서 어딜 가든 맛이 거기서 거기였다. 남편은 나를 흘끔 보더니 "자기가 한 번 만들어 보지?"라고 말했다. 나는 내가 그걸 어.. 2022. 8. 10.
늙은 오이(노각) 무침 만들기 껍질을 벗겨 속을 파낸 노각(늙은 오이)을 도마에 놓고 납작하게 썰면 시간도 절약하고 노동력도 줄일 수 있는데 남편은 노각을 그렇게 만들면 맛이 없단다. 노각은 뭐니뭐니 해도 가늘고 길게 모양을 뽑아서 만들어야 제맛이라며 한사코 과도를 손에 잡고 노각을 자르기 시작했다. 도마에 놓고 칼로 썰면 10분도 채 걸리지 않을 일을 남편은 고집인지 집착인지 뭔지 모를 알 수 없는 장인정신을 발휘하며 무려 3시간을 식탁 앞에 앉아 노각을 다듬었다. 나한테 손질을 맡기면 동글 납작한 노각 무침이 나올까봐 노각 손질은 항상 남편이 하는 편이다. 시골 집에 늙은 오이가 열리기 시작하면서 부터 남편은 일주일에 한 번 저렇게 노각을 다듬고 있다. 요양원에 계시는 아버님한테도 벌써 3번이나 노각무침을 보냈다. 아버님도 노각무.. 2022. 8. 7.
깻잎 김치와 감자 볶음 남편이 시골집에서 따 온 깻잎이다. 수요일부터 깻잎 김치를 해주면 안 되겠냐고 사정사정을 하는데 피곤하다는 핑계로 지금은 안된다고 매몰차게 거절을 했었다. 전엔 먹고 싶다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후딱후딱 만들어 주곤 했는데 요즘은 뭔가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그 시간이란 음식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시간 또는 여유이다. 그것은 피로 회복 속도와도 관련이 있나 보다. 피로가 풀리지 않으면 음식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으니 말이다. 그러나 주말엔 몸도 마음도 여유롭다. 느지막이 일어나 싱크대 앞에 섰다. 쌀을 씻어 밥 솥에 안치고 야채를 다듬고 씻어 칼질을 하며 아침 겸 점심 식사 준비를 한다. 그럼 지금부터 깻잎 김치와 감자볶음을 해 보자. 만드는 방법은 사진설명에 자세히 적어 두었다. 1. 깻잎.. 2022. 8. 6.
면역력을 높여주는 약재로 식혜를 만들어 보자. 1. 오가피 차 끓이기. 절단된 오가피 (한 사발 정도)를 잘 씻어 3리터 정도의 물에 넣고 끓인다. 물이 끓으면 약불로 줄이고 3리터의 물이 2리터가 될 때까지 뭉근히 끓인다. 2. 엿기름 물 만들기. 엿기름 포장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설명이 되어 있다. 부연 설명을 하자면 3리터의 따뜻한 물에 엿기름 200g을 넣고 잘 젓는다. 고운채로 찌꺼기를 잘 걸러내고 한 3분 정도 앙금을 가라 앉힌다. 윗물만 따라내고 나머지는 과감하게 버린다. 식은 밥 한 사발 준비하시고... 슬로 쿠커에 엿기름물과 밥을 넣고 저온에서 밥알을 삭힌다. 슬로 쿠커가 없으면 전기밥솥에 넣고 보온으로 설정해 둔다. 언제까지? 밥알이 엿기름 물 위로 동동 떠오를 때까지... 밥 알 몇 개나? 3~4개나... 3. 오가피 달인 물.. 2022.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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