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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지붕에 대한 단상 2007/07/06 (금) 05:24 내 어릴적 시골집은 마루가 넓었었다. "ㄱ"자로 된 흙집 앞에 기둥을 세워 처마로부터 서까래를 길게 이어 붙이고 골함석을 마루의 지붕으로 씌웠었다. 골함석... 흔히 말하는 양철 지붕이 흙집 슬레이트 지붕밑으로 이어져 있었던 것이다. 한 해 여름 비바람에 몸살을 앓은 지붕은 간혹 서까래에서 떨어져 나와 그 어설픈 아가리를 떡하니 벌리곤 했다. 그럴때마다 바지런한 아버지는 작은 몸집을 이끌고 손수 사다리를 타고 양철 지붕위로 올라가 지붕을 수리하곤 했다. 한 번 혹은 두어번 나는 그 지붕 수리에 결정적으로 필요한 방수못?을 만드는 일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헌 장판을 동그랗게 오려서 그 가운데로 나무 못을 끼우는 일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못으로 못질을 하면 지붕으로.. 2007. 9. 21.
모순 2007/07/05 (목) 05:04 저기 길가를 봐, 웃고 있잖아. 겁많은 노란 얼굴을 하고 소심한 루시가 웃고 있잖아. 자동차가 일으키는 광풍에 이리저리 흔들리면서도 웃고 있잖아. 꽃대가 땅바닥에 닿을 정도로 흔들리던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고 있잖아. 진정해야 해. 이런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 것도 없어. 아무 것도... 그게 현실이거든. 무서운 현실... 아무리 벗어나려고 해도 벗어날 수 없는 지독한 현실. 그 현실 속에서는 누구나 겁쟁일 수 밖에 없어. 웃자, 벗어 날 수 없다면 웃기라도 하자. 기왕 웃는 거, 저기저 루시처럼 해픈 뱃속을 바닥까지 드러내 보이며 웃어버리자. 경박하게 보다 더 경박하게... 급기야 경박이 목구멍까지 차고 올라 호흡까지 곤란해질 지경에 이르면 토해버리자. 모든 걸 시원.. 2007. 9. 21.
습관 2007/06/26 (화) 05:23 커피를 마시지 않고 한달이 흘렀다. 커피가 떨어진 이후로 '커피를 사야겠네'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지 커피를 사러 가는 구체적인 행위는 하지 않았었다. 그리고 일주일이 흐른다. 2주째, 드디어 커피를 사러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장보기 목록에다 '커피'라고 큼직하게 적었었다. 하지만 건망증인지 습관인지 장보러 갈 땐 항상 애써 메모해둔 쪽지를 지갑이 아닌 책상위에 두고 갔다. 역시 커피를 사지 못하고 일주일이 흐른다. 3주째, 커피광인 내가 2주 동안 커피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는 건 사건이다. 그래서 옆에 있던 남편에게 "나 2주 동안 커피 안 마셨다."라고 했더니 이 기회에 커피를 끊어버리는 게 어떠냐는 물음을 대답으로 던지는 것이었다. '커피를 끊어?' 생각해.. 2007. 9. 21.
주름 Memory of the day 2007/06/21 (목) 05:16 어젠 뭐했어? 집중은 많이 했어? 집중은 뭐 그럭저럭 했지. 그렇게 그럭저럭 집중 좀 하다가 거울을 봤는데 눈썹이 산만한거야. 그래서 오랜만에 눈썹 정리 좀 했어. 거울을 보면서 쪽집게로 눈썹 라인 바깥쪽으로 비집고 올라온 눈썹을 하나 둘 뽑고 있는데 눈가에 잔주름이 자글자글 하더라. 기분이 묘했어. 씁쓸해서 그랬냐구? 아니... 씁쓸함도 아니고 서글픔도 아닌 일종의 즐거움이었는데 유쾌할 정도의 즐거움은 아니였으니, 뭐라 표현을 해야 좋을지... 그래, 일종의 어떤 가벼움이라고 하자. 그 가벼움때문에 그랬을까? 피식 웃음이 나던 걸. 그 순간, 눈가 근육의 움직임에 따라 더욱 자글자글해 지는 주름. 흔히 표정 주름이라고 하는 이 주름... 2007. 9. 21.
07/06/20 Memory of the day 2007/06/20 (수) 05:00 요즘 날이 너무 덥지? 늘 창문을 열어 놔서 그런지 콧물과 제채기가 멈출 날이 없네. 어제는 뭐했어? 어제는 배추 석 단 사다가 김치 담궜어. 벌써 김치 다 먹었나? 아버님 갖다 드리려구. 그그저께 남사 갔을때 보니까 냉장고에 김치가 다 떨어져 가드라구. 하루 종일 쪽파까고, 마늘 까고, 양파 까고.... 김치 다 담군 담에는 아이 숙제 봐주고 공부 시키고... 그러느라 지쳐서 책 한번 들여다 보지 못하고 그냥 잤어. 오늘은 정말 집중 좀 해 보자. 2007. 9. 21.
시댁에서... 남사 이야기 조회(239) Memory of the day Ⅱ | 2007/06/17 (일) 22:00 추천(0) | 스크랩(0) 정오쯤 "뭐 재미있는 일 없어?"하는 신랑 입을 어떻게 틀어 막아 볼까? 하다가 마침 오늘이 서정리 장날인거야. 그래 잘 됐다 싶어서 신랑과 지니를 데리고 서정리로 장구경을 갔었지. 이것저것 구경을 하다가 닭집 앞을 지나는데 지니가 갑자기 꼬꼬닭이 먹고 싶다고 하네. 새끼가 먹고 싶다고 하는데 안해주기도 뭣하고 해서 닭을 사려는데 약닭 뱃속에 찹쌀, 대추, 인삼, 마늘을 꽉꽉 채워서 넣은 삼계탕용 닭도 있더라구. 그래서 그거 몇마리 사고 수박도 큼직한 걸루 한 통 사서 집에 왔지. 삼계탕을 끓이려고 냄비를 찾다가 가만 생각해보니 남사 계신 아버님이 걸리는 거야. 이걸 우리끼리.. 2007. 9. 21.
많은 업무량? 업무량이 너무 많은 댑쇼? 조회(290) Memory of the day Ⅱ | 2007/06/13 (수) 05:37 추천(0) | 스크랩(0)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데 나는 그 개도 안 걸린다는 감기에 걸렸으니 말이야. 하루 종일 코를 너무 많이 풀어서 그런가? 요즘은 기력이 딸려. 며칠 새벽 4시에 일어난다고 용을 썼는데 왜 안그렇겠어? 그러게... 적당히 하고 살어. 그러게... 그래서 기상 시간 한 시간 땡기자던 며칠전의 계획을 백지화 했어. 건강도 좀 생각해야 되겠더라구^^ 근데 하루가 왜 이렇게 빨리가냐? 바로 어제 장을 봐 왔던 것 같은데 냉장고가 텅텅비어서 하는 소리... 생각해보니 장을 봐 온지도 벌써 며칠이 지났네. 오늘은 마트가서 장을 좀 봐다가 텅~ 비어버린 냉장고를 좀 채.. 2007. 9. 21.
언어의 재발견-미망인 Memory of the day Ⅱ | 2007/06/11 (월) 15:36 책을 읽다가 미망(迷妄)설에 대해 알아보려고 철학소사전을 펼쳤는데 나와있질 않았다. 그래서 아쉬운데로 국어 사전을 펼쳤더니 짤막하게나마 나와 있었다. 미망설(迷妄說):[철] 일체의 실재 세계가 환각, 미망에 불과하다는 설. 읽던 책의 문맥의 의미를 이해하고 사전을 덮으려고 하다가 그 아래 미망인이라는 단어에 눈길이 갔다. 특히 남편이 죽고 홀로 사는 여인이란 해설 뒤에 괄호를 쳐서 써 넣은 말. "아직 죽지 못한 사람이라는 뜻" 아직 죽지 못한 사람? 남편이 죽었는데 따라 죽지 않고 여전히 살아 있는 여자라는 뜻이란 말인가?! 오래전 인도에는 서띠제도라는 순장제도가 있었다고 한다. 남편이 죽으면 부인이 따라 죽는 제도. 죽기 싫.. 2007. 9. 21.
달팽이 그림자 달팽이 그림자 Memory of the day 2007/06/11 (월) 05:34 6월 9일(토요일) 아침 6시 24분... 사진을 찍었던 시간이야. 떠 오르는 태양이 너무 눈부시던 아침이었어. 모처럼 가시거리도 먼 날이었지. 오랜만에 디카를 들고 산책을 하다가 발밑으로 뭔가가 반짝거리고 있는 걸 봤어. 아침 햇살을 받으며 도로변으로 무진장 열심히 기어가고 있는 달팽이, 달팽이가 보였어. 더듬이를 길게 폈다 오그렸다 하면서 무진 열심히더군. 촉촉한 더듬이가 반짝반짝 정말 탐스럽길래 그 옆에 쭈구리고 앉아서 디카를 꺼냈지. 촉촉한 더듬이를 사각틀에 가두는 순간... 뒤에서 자동차 경적소리가 나는 거야. 훔찟 놀래서 일어서다가... 무릅 관절이 탈골되는 아픔을 느꼈지. 오래전 운동(합기도)을 하다가 다친 .. 2007. 9. 21.
고요한 침묵의 시간 고요한 침묵의 시간 조회(299) Memory of the day 2007/06/08 (금) 08:31 추천(0) | 스크랩(0) "아침형 인간 따라하기 프로젝트" 3년만에 우리집 아침 풍경이 달라졌어. 이 고요를 혼자서 즐기고 있는 어느 날 아침... 개똥이가 시부적이 일어나더니 텔레비젼을 보는 거야. 첨엔 '저러다 말겠지...'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그게 한 번 두 번 반복 되더니... 요즘은 이 잉간이 6시만 되면 일어나서 케이블을 뒤진다. 개똥이의 원래 기상 시간은 7시 40분이거덩. 그 덕에 나는 그 아까운 1시간이란 고요의 시간을 고스란히 개똥이에게 빼앗기고 말았지. 나는 이 잉간이 좀 더 자 줬으면 하는 소망이 있는데 이 잉간은 그런 나의 소망을 무참히 짓밟아 버리더군. (하여간 잉간.. 2007. 9. 21.
챙피해 거 무지하게 쪽팔리네.. 조회(267) Memory of the day 2007/06/06 (수) 19:14 추천(0) | 스크랩(0) 아~이씨이~ 쪽팔려 쪽팔려~~ 몰라몰라~~아~~이씨이~~~ 왜에! 글쎄 말이야 말이야. 휴대폰에 지니 샘 전번이 찍혔길래 얼결에 전화를 했었어. 샘이 받길래 "저 지니엄만데요~전화 하셨었어요?"라고 깨끗하고 맑고 자신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근데 말이야. 샘이 "아니요~ 전화 한 적 없는데요?"라는 거야. 그래서 난 또 깨끗하고 맑고 자신 있는 목소리로 "휴대폰에 선생님 전화번호가 찍혔길래 급하게 하실 말씀이라도 있나 해서 전화 드렸어요" 라고 했지. 그랬더니 샘이 거 참 이상하다고 그러는 거야. 뭐... 그렇게 안부 주고 받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으면서 아무래도 이.. 2007. 9. 21.
침묵의 긍정적 효과 침묵의 긍정적 효과 조회(338) Memory of the day 2007/06/03 (일) 13:31 추천(0) | 스크랩(0) 오늘이 몇일이나? 날짜를 본다고 뭐가 달라질 것도 없는데 자꾸만 달력을 보게 돼. 그 시간에 글짜 한 자 더 보면 될텐데 말이지. 그래도 오늘은 4시가 되기전에 일어나서 맑은 정신에 책 좀 봤지^^ 새벽이 주는 고요함은 정말이지 뭔가에 몰두하기엔 최적의 상태가 아닐수 없어. 뭐... 새벽예찬론을 벌이자고 비비 너를 찾은 건 아니고 입이 근질근질해서 수다 좀 떨러 왔지. (05/26/남사 달팽이와 우리새끼 이뿐 손바닥^^*) 방금 전에 마트에 갔다 왔었는데 바람도 없고 날씨가 너무 덥더라. 마트엔 왜? 지니가 씨리얼 먹고 싶다고 해서 씨리얼도 사고 우유도 사고 국거리도 좀 사려.. 2007.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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