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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글964

환장하는 자아의 이중성 생을 향한 속삭임 2008/03/21 (금) 11:47 볼 일이 있어 나갔다가 들어 오는 길, 황사도 없고, 뿌옇게 시야를 가리던 연무(煙霧)도 없고 오늘은 쾌청하다는 말을 써도 될 법한 날씨다. 들꽃들이 여기저기서 만개를 하고 세상이 봄빛으로 물들어 갈 때 즈음, 먼먼 산 너머 아지랑이를 바라보면서 추억속의 그녀는 이런 말을 했었다. "환~장 하것네~" 라고... 따사로운 봄볕이 만연하는 봄이오면 항상 환장을 하던 그녀. 그렇게 그녀에게 봄은 換腸할 만큼 - 창자(腸)를 끊어 바꿀(換)만큼 - 고통스러운 계절이다. 그렇다면 봄을 고통이라고 느낄 수 밖에 없는, 무의식 속에 숨겨진 그녀의 트라우마는 과연 무엇일까? 나는 가끔씩 그것이 궁금했지만 그녀에게 섣불리 물어보진 않았다. 만약 내가 그것을 알아채게.. 2008. 3. 21.
타인 생을 향한 속삭임 2008/03/14 (금) 08:17 타인 - 서정윤 무엇을 더해도 다른 어떤 것이 될 수 없고 스스로 자신에겐 자신이 아님을 시인하며 바람의 우스운 몸짓을 깨닫지만 그냥 버리지 못할 나만의 무엇을 가지지도 못한 채 모두 꽃잎처럼 지나가고 있었다. 외부의 어떤 소리도 자신의 꽃을 피우기엔 부족하고 꽃이 꽃으로 자라기 위한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지쳐가는데 누구를 위해 피어나기보다 바람은 나를 지켜려 모여들고 이제는 잊어버린 부분의 아득함 나무를 아무리 흔들어도 나무일 뿐 내가 젖을 수 없는 남들의 만남에서 아무것도 닿지 않는 아픔이 더욱 크다. 고통스러움, 나의 가슴에 모진 꿈을 심어줄 검은 구름을 따라 바람으로 불리다가 내가 된 꽃잎 소리 죽여 떨어지고 있었다 그들 사이의 깊은 어둠만 아.. 2008. 3. 14.
지난 휴일 지난 휴일 조회(177) 생을 향한 속삭임Ⅰ | 2008/03/11 (화) 05:45 추천(0) | 스크랩(0) 나: 뭐하셔? 개똥이: 핸들이 덜덜 떨려서... 여기 이 속 안을 닦아주면 떨림 현상이 사라지거든. 나: 그러셔? 진작 좀 해 주지? 개똥이: 귀찮아서... 오랫 동안 황사 먼지를 뒤집어쓰고 누런 색깔을 하고 있던 고물차를 오랜만에 씻겨놓고 보니 여전히 흰색이다. 개똥이: 어때? 운전대 안떨리지? 괜찮지? 나: 음... 괜찮아. 조~~와! 오랜만에 동네 친구들이랑 막걸리 한잔을 걸친 남편대신 운전대를 잡았다. 운전대가 떨리지 않느냐는 물음에 괜찮다고 말은 했지만 솔직히 운전대가 떨렸는지 떨리지 않았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떨린다고 하니 떨리는가 보다 했고, 떨리지 않는다고 하니 안떨리나 보다 .. 2008. 3. 11.
봄까치꽃을 보면... 생을 향한 속삭임 2008/02/29 (금) 08:14 유난히 볕이 잘 드는 담장가에서 꽃은 겨울 내도록 피고지고를 반복했을텐데... 지금 살고 있는 곳으로 이사를 한 이후, 사진 속의 저 곳을 자주 찾지 못했다. 이사를 하기 전에는 하루에도 두어 번 그 앞을 지나치곤 했는데 말이다. 그때도 저 들꽃은 겨울 내내 저 곳에서 피고지고를 반복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 나는 저 들꽃을 보지 못했었다. 저 곳이 파란 꽃 천지가 됐었어도 그 것을 보지 못했었다. 아니, 보지 못했었다기 보다는, 보기는 했을테지만 관심이 없다보니 보았어도 기억할 수 없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저 파란 들꽃은 내 의식속에서 꽃으로 자리잡지 못한 채 여느 풀들과 같은 잡초로 밖에, 달리 인식될 수는 없었던 것이.. 2008. 2. 29.
엄마! 생을 향한 속삭임 2008/02/26 (화) 11:56 "엄마~~!" 평소보다 늦게 돌아온 아이가 현관문도 열지 않고 숨이 넘어 갈 듯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컴퓨터가 있는 방에서 한창 도서 검색에 열중하던 나는 깜짝 놀라 현관문을 열었다. "엄마, 나랑 나가서 놀자!" 아이는 집에 들어오기 전에 벌써 놀이터에서 한참 놀았던지 부츠랑 장갑이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엄마는 됐고... 혼자 나가 놀아. 양동이 줄까?" "네, 네,,, 양동이, 양동이!" 아이가 잡동사니를 넣어 다니는 분홍색의 조그마한 장난감 양동이를 얼른 찾아서 손에 들려주고 등을 떠밀어 내 보내려는데 "엄마, 빨대도 두개 주세요~" 그러는 거다. 그래서 앞이 구부러지게 생긴 빨간색 음료수 빨대도 두개 챙겨 줬다. 빨대는 뭐하려고 챙겨가.. 2008. 2. 26.
큰 개가 무서운 아이 생을 향한 속삭임 2008/02/25 (월) 09:16 방과후 특기적성활동을 신청해둔 이후로 겨울방학을 해도, 봄 방학을 해도 학교에 나가는 아이는 큰 개 때문에 혼자서는 도저히 학교에 갈수가 없으니 데려다 달라고 아침마다 현관앞에 서서 떼를 썼다. "엄마, 나 학교 데려다 줘." "왜?" "큰 개가 무서워... 꿈에 큰개가 나 잡아 먹을라고 쫒아 왔는데 너무너무 무서웠어." "꿈에? 괜찮아. 지금은 큰 개가 없을 거야. 엄마가 조금전에 쓰레기 버리러 나갈 때 보니까 커다란 뼉다귀 물고 소풍가던데." "정말?" "그래, 큰 개 없으니 걱정말고 다녀와 알았지?" 나는 큰 개가 뼉다귀 물고 소풍가더란 말을 농담처럼 던졌고 아이는 별 저항없이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거리며 학교로 향했다. 큰 개에 대한 아이의 두.. 2008. 2. 25.
아이의 선물 속에 숨겨진 뜻 생을 향한 속삭임 2008/02/20 (수) 10:12 시원한 오가피차를 마시려고 냉장고 홈바를 열었는데 거기엔 빨간 리본으로 장식이 된 빼빼로가 있었다. 어제 저녁, 빼빼로가 먹고 싶다고 하는 아이에게 빼빼로를 사줬는데 어느 새 장식까지 해서 냉장고에 넣어 둔 모양이다. 아이는 빼빼로만 사주면 항상 저렇게 장식을 달아서 냉장고 홈바에 넣어 두곤 한다. 그때마다 나는 누구를 주려고 그렇게 예쁜 장식을 달아 놓았냐고 물어보면 아이는 항상 '아빠 선물'이라는 대답을 했다. 그래서 이젠 냉장고에 장식된 과자가 들어 있으면 아이에게 물어보지 않고도 그것은 아이가 아빠에게 주는 '아빠 선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아빠 선물'덕에 오늘 아침에 아이를 깨우는 일은 수월했다. 자는 아이 귀에 대고 빨리 일어.. 2008. 2. 20.
유치한 생각 하나 생을 향한 속삭임 2008/02/18 (월) 15:35 운전면허증, 칼라사진 반명암판 3매, 수수료 11,000원....2종 운전면허를 1종으로 갱신하기 위한 준비물이다. 무사고 경력 12년 9월... 갱신을 하기 위한 조건에 2년 9월을 더했다. 12년 10개월전... 나: 나 내일 운전면허 학원 등록할 건데 하는 김에 1종으로 할까? 언니: 2종이면 되지 뭘... 여자가 1종 가지고 있으면 팔자 세진다. "팔자 세진다"는 언니 말에 2종 보통으로 운전면허 학원에 등록을 해 놓고 15일만에 면허증을 따고 보니 운전할 일이 없다. 지금 1종으로 갱신을 한다고 해도 특별히 운전할 일은 없어 보인다. 여태껏 내 운전의 주 목적은 술취한 신랑의 대리기사 노릇이었는데 어느 날 부터 줄어 들기 시작한 신랑의 음주.. 2008. 2. 18.
젖가락 비녀 생을 향한 속삭임 2008/02/16 (토) 06:06 이제 겨우 올림머리가 되는 길이의 길다란 생머리... 2년전엔가? 어깨선 못 미치게 싹둑 잘라버려 젓가락비녀도 사용할 수 없었는데 어느 새 잘려진 길이만큼 다시 길어서 젓가락 비녀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어지럽고 나태해진 생활을 바로 잡아 보자는 굳은 결심을 하며 모진 마음을 먹고는 엄한 머리카락에다 화풀이 아닌 화풀이를 해야만 했었다. 시간을 훌쩍 뛰어너머 지금 내 앞에 놓인 모습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면 달라진 것이 있긴 하다. 우선 길거리에서 3천원주고 산 싸구려 젓가락비녀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과 염색약에 찌들어 힘없고 가늘어 금방이라도 뚝 끊어 질 것 같았던 머리카락이 전보다 .. 2008. 2. 16.
길들여지기 생을 향한 속삭임 2008/02/14 (목) 16:00 인터넷 쇼핑몰에서 저렴하게 구입한 5인다기세트 다관에 들어가는 물의 양과 녹차 잎의 양을 내 입맛에 맞추는 작업?이 꼬박 하루 걸렸다. 물을 끓이고 적당히 식히는 일을 거듭하며 새로운 규칙에 길들여져가는 나를 바라보는 일은 여간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거추장스럽던 일이 횟수를 거듭하면서 자연스러운 일로 변화해 가는 과정은 의식이 습관을 거치면서 무의식으로 변화해 가는 과정과 닮았다. 그 과정속에서 느낄수 있는 길들여짐의 익숙함과 편안함이야 말로 삶을 관통하는 여유로움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내 나이 이제 서른 하고도 여섯... 길들여지기엔 아직 너무 서툴다. 2008. 2. 14.
꽃다지 생을 향한 속삭임 2008/02/03 (일) 13:53 어둡고 짙은 자주빛깔의 꽃다지가 노란 꽃을 피우기 일보직전이다. 늦가을 싹을 틔워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대로 눈이 오면 눈이 오는 대로 차가운 들녘에서 먼지를 뒤집어 쓰고 웅크리고 앉아 있었을 꽃다지... 모진 시간 너무도 잘 견뎌냈을 생명은 꽃을 피우지 않았다 해도 그 자체로 하나의 꽃이었다. 자주빛의 고운 꽃... 2008년 2월2일 무심히 거닐던 남사 들녘에서... 2008. 2. 3.
고구마 싹 생을 향한 속삭임 2008/02/01 (금) 18:16 얼마전부터 고구마에서 빨갛게 돋아나던 싹이 어느 덧 줄기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고구마를 작은 유리 어항에 담아 냉장고 위에 올려뒀었는데 그때가 언제인지 시간을 소급해가며 생각해보니 3개월 전이다. 고구마에 싹이 나기 시작한 것은 보름전쯤인 것 같은데 그렇다면 싹도 없이 지낸 동안 고구마는 냉장고 위에서 뭘 했던 것일까? 따뜻한 날이 많았던 겨울동안 보일러는 게으름을 피웠고 실내온도는 22도를 넘지 않았다. 그 덕에 고구마는 아마 두어 달 남짓 동안 겨울 잠을 잘 수 있었나 보다. 이제 싹을 틔워 한창 봄을 누리고 있는 고구마 싹을 들여다보며 나는 그 겨울 동안 무엇을 했었는지 생각해 보려다 그만두었다. 택배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택배기사가 .. 2008.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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